대부분의 와인 잔은 크다. 향을 모으려고 볼을 넉넉하게 부풀리고, 와인이 공기와 닿는 면을 넓힌다. 그런데 아이스와인을 따르는 잔은 유난히 작다. 입구가 좁고 키도 낮은, 보통 와인 잔의 절반도 안 되는 잔에, 손가락 두어 마디 높이만큼만 따른다. 비싸서 아껴 마시는 것도 있지만, 이 작음에는 그보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의 절반은 캐나다의 겨울에 있다.
언 포도를 짜낸다
아이스와인은 포도를 얼려서 만든다. 정확히는, 포도를 따지 않고 나무에 매달린 채로 얼 때까지 기다린다. 가을이 지나고 한겨울이 와 기온이 영하로 깊이 떨어지면, 포도 알 속 수분은 얼고 당분과 산은 얼지 않은 채 농축된다. 이 언 포도를 언 상태 그대로 따서, 녹기 전에 압착한다. 그러면 얼음은 압착기에 남고, 걸쭉하고 진한 즙 몇 방울만 흘러나온다.
수확량이 극히 적다. 보통 와인 한 병을 만들 포도로 아이스와인은 작은 한 병밖에 못 만든다. 새와 서리, 갑작스러운 해빙에 한 해 농사를 통째로 잃을 수도 있다. 작은 병에 담겨 비싸게 팔리는 데는 이런 사정이 있다. 잔이 작은 첫 번째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 애초에 양이 적고, 한 모금 한 모금이 진하다.

작고 좁은 아이스와인 잔. 한 번에 따르는 양은 50밀리리터 안팎, 잔 바닥을 겨우 덮을 정도다. 양이 적은 술을 적게 담기 위한 잔이다.
캐나다에서는 규정이 까다롭다. 포도는 반드시 나무에서 자연적으로 얼어야 하고, 기온이 영하 8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따야 한다. 그 추위는 보통 한밤중이나 새벽에 온다. 그래서 수확은 손전등을 든 사람들이 언 포도밭에서 손으로 따는, 한겨울 밤의 노동이 된다.
왜 캐나다인가
아이스와인을 처음 만든 건 캐나다가 아니다. 독일이다. 독일에서는 '아이스바인(Eiswein)'이라 부르며,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사이의 기록이 남아 있다. 우연히 언 포도를 버리기 아까워 짜냈더니 뜻밖에 달고 진한 와인이 됐다는 식의 유래담이 전한다.

한겨울까지 나무에 매달려 언 포도. 알 속 수분은 얼고 당분과 산만 농축된다. 이 상태에서 따 녹기 전에 짜내야 아이스와인이 된다.
그런데 지금 세계에서 아이스와인을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는 캐나다다. 이유는 단순하다. 추위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아이스와인은 포도가 나무에 매달린 채 충분히, 그것도 거의 매년 얼어줘야 만들 수 있다. 독일의 겨울은 해마다 그만큼 추워지지 않아, 아이스바인을 한 방울도 못 만드는 해가 드물지 않다. 반면 캐나다 온타리오의 나이아가라 반도나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오카나간 계곡은 겨울이면 거의 매년 영하 8도 아래로 깊이 떨어진다. 포도를 얼리는 일에 관한 한, 캐나다의 겨울은 믿을 수 있다.
결정적 장면은 1991년이었다. 온타리오의 이니스킬린(Inniskillin)이 1989년산 비달 아이스와인으로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 박람회 비넥스포에서 큰 상을 받았다. 신생 와인 나라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그보다 앞선 1970년대에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발터 하인레가 캐나다 최초의 상업 아이스와인을 만든 내력도 있다. 시작은 독일이었지만, 이 술을 자기 것으로 만든 건 더 추운 나라였다.
비달(Vidal)이라는 포도가 캐나다 아이스와인의 주역이 된 것도 추위와 관련 있다. 껍질이 두껍고 추위에 강한 교배종이라, 한겨울까지 나무에 매달려 얼면서도 잘 버틴다. 리슬링으로도 만들고 카베르네 프랑으로 붉은 아이스와인도 만들지만, 언 밤을 견디는 일에는 비달이 맞춤이었다.
잔의 모양
아이스와인 잔은 작고 좁다. 일반 화이트와인 잔을 줄여 놓은 듯한 모양에, 볼이 갸름하고 입구가 살짝 오므라든다. 이 모양에는 몇 가지 계산이 있다.
먼저 양이다. 아이스와인은 한 번에 50밀리리터 안팎, 잔 바닥을 겨우 덮을 만큼만 따른다. 큰 잔에 그만큼 따르면 와인이 바닥에 얇게 깔려 초라해 보이고 향도 흩어진다. 작은 잔은 적은 양을 제대로 담아낸다.

작은 튤립형 잔에 조금씩 따르는 아이스와인 시음 세트(나이아가라). 잔이 작고 좁아 적은 양도 초라해 보이지 않고, 강한 향이 위로 모인다.
다음은 온도다. 아이스와인은 차게, 보통 10도 안팎으로 마신다. 잔이 작으면 따른 와인이 손과 공기에 데워지기 전에 다 비우게 된다. 큰 잔에 많이 따라 오래 들고 있으면 그새 미지근해진다.
마지막은 향과 맛의 균형이다. 입구가 좁은 갸름한 볼은 강한 향을 위로 모아준다. 아이스와인은 살구·복숭아·꿀 같은 진한 단 향이 나는데, 좁은 입구가 이걸 흩어지지 않게 붙잡는다. 또 오므라든 입구는 한 모금의 양과 입에 닿는 방향을 좁혀, 강한 단맛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게 한다. 아이스와인은 달지만 산도도 높아서 이 둘의 균형이 핵심이다. 리델(Riedel) 같은 제조사가 아이스와인 전용 잔을 따로 내놓은 것도, 이 균형을 잔의 모양으로 맞추려는 시도다.
마시는 법
규칙이 복잡하진 않다. 차게 식혀 작은 잔에 조금만 따른다. 식후 디저트와 함께, 또는 그 자체를 디저트 삼아 천천히 마신다. 푸아그라나 블루치즈처럼 짜고 기름진 것과 맞춰 마시기도 하는데, 단맛과 짠맛이 서로를 끌어올린다. 차게 마시되 너무 얼리지는 않는 게 좋다. 지나치게 차가우면 향과 단맛이 닫혀버린다.
마시고 남은 병은 마개를 다시 막아 냉장고에 두면 며칠은 간다. 당분과 산이 높아 일반 와인보다 오래 버틴다.
작은 잔에 담긴 것
아이스와인 잔이 작은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캐나다의 겨울에 닿는다. 포도를 나무에 매단 채 얼리고, 언 채로 짜내고, 그렇게 얻은 적은 양을 차게 모아 마시기 위해 잔은 작아졌다. 큰 잔이 향을 펼치기 위한 것이라면, 이 작은 잔은 귀한 한 모금을 흩어지지 않게 붙드는 잔이다. 다른 나라가 시작한 술을 더 추운 나라가 받아 자기 것으로 만든 셈인데, 잔의 크기 하나에 그 사연이 들어 있다.
아이스와인 잔 — Biskuit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 나무에 매달린 언 포도 — Dominic Rivard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